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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J 글쓰기/판교 자가 김 대표 이야기

5화 합리화 - 판교 자가에 스타트업 경영하는 김 대표

by Cool Calm Joon 2023.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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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쓰는 직장인 쿨캄준입니다.

오늘은 쿨캄준의 웹소설 <판교 자가에 스타트업 경영하는 김 대표> 5화로 돌아왔습니다.

쿨캄준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있었던 실화를 재구성하여 소설로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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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김 대표는 다시 상기한다.

167, 무용과, 늘씬하고 귀여운 구ㅇㅇ 20대 후반 여성을 생각한다. 부모님을 제외한 스펙적인 측면에서는 김 대표가 구ㅇㅇ보다 더 조건이 좋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상형으로 '존경할 수 있는 남자' 그리고 '배울 점이 있는 남자'를 언급하고 있는 부분을 상기한다. 이러한 이상형은 결국 여성들이 자신보다는 잘난 남자를 찾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는 힘차게 마우스 왼쪽 버튼을 더블클릭하고 진 상담사와의 대화창을 연다.

 

김 대표는 회사에서 보급한 쓰리스타 쿠센 흑축 키보드를 조용히 두드리며 진 상담사에게 답변한다.

 

'서울 중구 반팔티 타워 근처라면 퇴근 후 주중에도 만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주말에는 일정이 있어서 어렵습니다. 만일 주말을 선호하신다면 다음 주 토요일은 좋습니다. 장소는 적절한 곳을 정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의 경우 젓가락질을 올바르게 하지 못해, 첫 장소는 양식이나 커피숍을 선호합니다.'

 

'구ㅇㅇ씨와 확인하고 다시 알려 드릴게요.'

 

오늘도 진 상담사는 김 대표의 코코넛톡 메시지에 칼 같이 답변을 한다.

 

 

 

13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다.

무두절이라 더더욱 일찍 들어온 그런 날이다. 게이트레이디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어보니 몇 번 신지도 않은 굿즈비통 신발에 이빨 자국이 보인다. 인센티브의 일부만을 활용하여 질렀던 명품 신발이다. 반팔티 타워에서 근무하는 김 대표 대리에게는 크게 비싼 물건은 아니다. 이 정도는 김댕댕이 산책을 자주 시키지 못하여 발생하는 작은 사고라고 김 대표는 생각한다.

 

문제는 원룸에서 나름 거실 지역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에서 발견했다. 바월스앤빌킨슨에서 나머지 보너스를 다 털어서 구매한 스피커 2개 중 한 개가 넘어져 있다. 다가가 보니 스피커 커버 솜이 다 찢겨 있다. 바월스앤빌킨슨 스피커가 왼쪽 그리고 우측에 세워져 있어야 스피커 중앙에 앉아 있는 청자가 최적의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스피커를 세우고 오늘 퇴근하면서 들은 노래를 틀어본다. 소리가 우측에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김 대표는 주 차장과 같은 사람과 함께 회사생활을 하여도, 반팔티 타워 회사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사업으로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과 인센티브를 보면서 감내했다. 특히 퇴근하고 들려오는 바월스앤빌킨슨 스피커가 주 차장이 주는 스트레스를 모두 떨쳐 버리는 역할을 해 왔다. 대한민국 5대 대기업 대리가 누릴 수 있는 럭셔리라고 자부하면서 말이다.

주 차장 때문에 김댕댕이 중성화 수술을 할 수 없다면 어떡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큰 사고가 나 버렸다. 어렵게 중성화 수술을 하고 돌봐주고 그래도 김 대표가 김댕댕이를 더 자주 케어할 수 없다면, 김댕댕이가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고 있다는 걸 이런 식으로 계속 표현할 것이다. 김 대표는 오랜만에 시골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어 엄마 내다. 잘 지냈나? 잘 있재?'

 

'그래 잘 있다. 저번에 대리 진급 기념으로 보낸 용돈으로 여기 동네 아주머님들이랑 맛있는 거 먹고 그랬다.'

 

'아 그랬나? 다행이다. 엄마 지난번에 왜 내 외롭다 카면서 입양한 강아지 기억나나?'

 

'그럼 기억나재. 가 애교도 많은 게 귀엽던데, 와 카는데?'

 

'오늘 주 차장 휴가라서 집에 일찍 왔는데, 야가 그냥 내 살림을 다 파탄 냈다, 아 돌아삐겠다. 굿즈비통 신발을 물어뜯고 바월스앤빌킨스 스피커 다 망가 뜨렸다 안카나. 내 반팔티 타워에서 새 빠지게 일하면서 나온 보너스 다 털어서 샀는데 큰일이다. 곧 소개팅도 할 거 같은데, 그때 신을라 카던 신발이데 속상하다.'

 

'소개팅? 맨날 자만추 자만추 카더니 웬 소개팅이가? 여자는 다 필요 없고 우리랑 집안 비슷비슷하고 마음씨 착하고 경제관념만 있으면 된데이 알겠재?'

 

'아 아라따 아라따. 내가 알아서 한다 안카나. 엄마, 김댕댕이 야 좀 델고 가면 안 되나? 나 야 잘 키우고 싶어서 데려 왔는데, 산책도 못 시켜주고 해서 그래서 그런지 좀 만 더 있으면 다른 것도 다 망가뜨릴 거 같다.'

 

'그렇게 그렇게 강아지 키우지 마라고 뭐라 뭐라 캐 사도 굳이 입양해서는 엄마한테 키우라고 하는 거 봐라. 니 양심은 있나?'

 

'아 미안타 엄마. 부탁한다 아이가. 우리 시골집 댕댕이도 곧 무지개다리 건널라 카는데 야 델꾸가면 아빠도 좋아할끼다. 부탁한다 엄마.'

 

'아아 모르겠고, 다음 주 주말에 아빠랑 서울 올라갈 일 있다. 그때 김댕댕이 넘기라. 그리고 니 그 칼라카면 다시는 애완동물 키우지 마라 알겠나?'

 


14

 

주 차장이 수상하다.

오늘도 휴가다. 그리고 곽 부장은 어디 갔는지 자리에 하루종일 없다.

 

메신저를 받았다고 화면 한쪽이 깜빡깜빡 거린다. 같은 본부 내 다른 팀 동료인 안 대리이다. 안 대리는 MBTI가 대문자 E로 시작해서 인지 회사 내 소식이 빠르다. 오늘도 김 대표에게 전달할 소식이 있다.

 

'김 대표 대리, 어제 B팀 팀장이 팀원들 모두 불러서 전달한 소식 들었어?'

 

B팀 팀장은 타 팀의 팀장들과 달리 팀원들과 소통을 잘하기로 알려진 사람이다.

 

'안 대리, 오랜만이네. 아니 못 들었어. 무슨 일이야? 분명 또 주 차장이랑 곽 부장이 우리에게만 이야기하지 않는 내용이겠구나.'

 

'그렇지! 그래서 내가 또 알려주려고 왔다 이거야. 우리가 또 어떻게 만날지도 모르는데, 김 대표 대리만 깜깜하게 둘 수는 없지!'

 

'좋아 5분 뒤에 반팔티 타워 카페에서 보자.'

 

안 대리와 김 대표의 메신저는 모두 자리 비움으로 변한다.

 

김 대표는 안 대리의 아메리카노도 결제한다. 진동벨이 울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그컵 두 잔을 안 대리가 잡아둔 자리로 가져온다.

 

'안 대리 자 따뜻한 아메리카노야. 결혼 준비는 잘 되고 있지?'

 

'김 대표 대리 커피 감사! 한국에서 결혼하기 진짜 너무 힘들다. 이렇게 돈이 많이 필요한 줄 알았다면 인센티브 다 모아 둘 걸 그랬어. 월급도 좀 모으고 말이야. 지난번에 독서 모임 그분이랑은 잘 되었어?'

 

안 대리의 손목에는 로뤡스가 보인다. 지난번에 김 대표와 만났을 때는 쉑이코였는데 말이다. 말만 돈을 모으겠다고 하는 것으로 김 대표는 생각한다.

 

'아니 잘 안 되었어. 갑자기 모임에서 탈퇴했어. 이사가게 되어서 위치가 애매해서 그렇다고 해. 그리고는 최근에 소개팅 오랜만에 들어와서 만나보려고 해. 업데이트해 줄게.'

 

'좋아. 김 대표 대리 요즘 보니까 주 차장이랑 곽 부장 회사에 잘 안 보이고, 둘이서만 뭔가 쿵작 쿵작 하는 거 같더라고. 아마 전달 못 받았겠지만, 우리 본부 전체가 합리화된다고 해.'

 

합리화는 무언가를 접거나 없앤다는 의미로 활용되는 한국 5대 대기업만의 단어임을 신입 사원 때 알게 된 김 대표이다.

 

'어? 우리 본부 전체가 없어진다고?'

 

'맞아. 대략 1달 뒤에 인사 발령 날 거고, 개별 면담 들어가면서 향후 거취에 대해서 이야기할 건 가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YK가 수익성이 결여된 사업들을 반팔티 법인에서 분리시켜, 독립된 법인으로 세우라는 지시를 하였다고 해. 주 차장이랑 곽 부장은 곧 있으면 팀원들에게 함께 남아서 현상 유지하자고 권유할 거야.'

 

이 대리의 말이 맞다. 새로운 법인에서 근무한다면 주 차장과 곽 부장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반팔티 법인에서 근무한다는 타이틀이 아직은 필요하다. 적어도 구ㅇㅇ씨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김 대표는 다시 상기한다. 167, 무용과, 늘씬하고 귀여운 구ㅇㅇ 20대 후반 여성을 생각한다.


 

5화 끝.

 

 

판교 자가에 스타트업 경영하는 김 대표 4화

4화 - 책임을 함께할 사람 | 10 김댕댕이는 수술이 필요하다. 수의사는 김댕댕이가 곧 중성화 수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개의 생리 양과 빈도는 사람과는 다르다.  주기적으로 소변에 소량의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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