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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J 글쓰기/판교 자가 김 대표 이야기

2화 코코넛뱅크 적금을 깨다 - 판교 자가에 스타트업 경영하는 김 대표

by Cool Calm Joon 2023.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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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쓰는 직장인 쿨캄준입니다.

오늘은 쿨캄준의 웹소설 <판교 자가에 스타트업 경영하는 김 대표> 2화로 돌아왔습니다.

쿨캄준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있었던 실화를 재구성하여 소설로 작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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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지난 30년 동안 쌓아온 가치관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김 대표는 결국 신용카드를 꺼내지 못하고 진 상담사와 더 흥정을 하겠다고 마음먹는다. 지금까지 방향을 설정하면 한 번도 실패란 없었다. 길을 정하고 가면 목적지에 도달한 김 대표였다. 김 대표가 비정상인 게 아니라, 15년 업력이라고 하는 어떤 노블 결혼정보회사가 갓 대리 진급한 청년을 등 처먹으려는 게 틀림없다.

"그럼 '블레스드 노블'말고 '플레티넘 노블'로 하면 가격이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어떠한 여성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

"플레티넘으로 하게 되시면 가격은 500만 원이시고요, 말씀 주신 지상파 아나운서도 만남이 가능한 풀에 포함은 되시지만, 그 외의 분들도 함께 추천이 들어가시게 돼요. 그리고 여성분들의 나이도 지금 보다는 조금 더 높게 보셔야 해요. 그래도 외모는 저와 같은 상담사들이 미리 보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장이 되는 편이에요. 그리고 이건 여성 회원들에게는 비밀이지만 만남을 하시기 전에 사진도 미리 보여 드려요."

김 대표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며 진 상담사에게 물어볼 질문을 고민한다. 명색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한국 5대 기업 본사에 다니는데, 자신이 원하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김 대표의 조건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진 상담사다. 그러면서 대략 2단계 티어가 낮은 상품을 권유받은 김 대표는 머리가 복잡하다.

김 대표는 항상 자신이 천상계라고 생각해 왔다. 시험 성적으로는 그랬기 때문이다. 수능 모의고사 등수가 나오면 세상을 다 가진 거 같았고 자신 보다 아래의 사람들이 우스워 보였기 때문이다. 부모님께서는 이대로 공부만 잘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회사 입사하면 어여쁜 여자들이 줄을 설 것이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래서 성적표에 찍힌 등수를 보고 앞으로 김 대표가 희망하는 여자를 골라서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해 왔다. 그리고 대기업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는 관에 망치로 못을 때려 박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게 완성된 것이다.

진 상담사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고 김 대표는 생각하지만, 김 대표는 갑자기 부모님이 이야기 한 부분들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어떤 노블 결혼정보회사의 베타랑 상담사가 틀렸거나 김 대표의 부모님이 주입시켜 온 세상의 원리가 잘못된 것이다. 둘 중 하나인데, 수년동안 들어오고 실천해 오던 삶이 김 대표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다. 단단한 김 대표의 고정관념을 이 찰나의 시간을 틈 타 바꾸기 어려운 게 상담실 내에서의 현실이다.


 

 

5

김 대표는 코코넛뱅크 적금을 깬다.

지상파 아나운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없는 게 아니다. 김 대표는 '블레스드 노블' 보다 두 단계나 낮은 '플레티넘 노블'에 대한 긍정회로가 돌아간다. 고개를 떨군 채 고민한 시간이 대략 1분 30초가 지났을까? 김 대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서히 고개를 올리며 진 상담사를 바라본다. 진 상담사는 결혼정보 업계 15년 짬바의 진정한 프로답게 상냥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김 대표는 진 상담사에게 말문을 다시 연다.

"플래티넘으로 하겠습니다."

진 상담사는 잔잔하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화답한다.

"잘 선택하셨어요. 결제는 어떻게 하실까요? 국민이랑 삼성은 3개월 무이자 가능하세요."

김 대표는 아무리 대기업 대리라 하더라도 500만 원은 일시불로 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자존심이 허용하지 않는다. 빠르게 코코넛뱅크 앱을 열어 적금 하나를 몰래 깬다. 아무도 못 본 것 같다. 나름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신용카드도 아닌 직불카드를 진 상담사에게 건네면서 말한다.

"일시불로 부탁드립니다."

김 대표는 무리하는 자신이 한심하다. 상담실에는 진 상담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데 말이다. 그리고 진 상담사는 이미 김 대표가 모아둔 돈과 보유 자산이 얼마인지 이미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카드 패를 모두 깠는데도 김 대표는 '블레스드 노블'이 비싸다고 이야기해서 그랬는지, '플레티넘 노블'만큼은 푼돈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았다. 이번 달에 어디에 돈을 얼마나 썼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모르긴 몰라도 일단 적금으로 메꿨다. 그러면 된 것이다. 김 대표는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며 다시 합리화한다.

"김 대표님 결제되셨습니다. 사실 상담 오기까지가 쉽지 않은데, 선택 잘하셨어요. 김 대표님이 찾는 스타일과 조건의 여성분들을 최선을 다해 소개해 드려 보겠습니다. 언제 첫 만남이 가능하실까요? 다음 주 금요일 또는 주말 괜찮으신가요? 정말 괜찮은 여성분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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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김 대표는 주말 내내 밤잠을 설쳤다.

어떤 노블 결혼정보회사의 일이 아직도 너무나 선명하다. 게다가 월요일 오전에 늦잠을 잤다. 이러면 오늘 반차각이라며 벌떡 일어난다. 빠르게 스마트폰 잠금을 해제하고 다음 버스가 언제 오는지 확인해 보려고 한다. 아이폰이 김 대표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한다. 3번 시도했지만 잠금은 풀리지 않는다. 아이폰이 김 대표의 얼굴을 못 알아본다. 김 대표는 당혹스럽다.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은 없고 김 대표는 스티브잡스 어머니를 욕할 시간은 있다. 결국 숫자 몇 개를 입력하니 잠금 화면이 풀린다. 어서 코코넛 대중교통 앱을 열어야 하는데 얼굴 인식이 되지 않아 적어도 1분은 빼앗긴 거 같다.

4분 33초가 잡혀있고, 다음 버스는 '정보 없음'으로 나온다. 일단은 집에서 나간 뒤 회사에서 샤워하기로 마음먹는다. 빠르게 침대에서 일어나 헝클어진 이불을 가지런히 한다. 옷을 차려입고 가방을 챙겼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이 사원증은 회사 로고가 나오도록 목에 걸쳤다. 이 모든 걸 3분 이내에 해 낸 자신이 놀랍다. 현관을 나설 때 아직 1분 30초가 남아있다. 김 대표는 외로워서 입양한 강아지 김댕댕에게 다녀오겠다고 인사한다. 엘리베이터를 잡으며 어서 오기를 기다린다. 엘리베이터는 다 와가는 데 김댕댕이 물과 밥을 안 준거 같다. 산책도 잘 못 시키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 집에 들어가 빠르게 김댕댕이 밥그릇을 채우고 나온다.

엘리베이터를 놓쳤다. 코코넛 대중교통 앱을 보니 이미 버스는 떠났다. 다음 버스는 여전히 '정보 없음'으로 뜬다. 김 대표는 결국 회사 메신저를 열어 개인사정 때문에 오늘 조금 늦게 출근한다고 메시지를 남겨둘까 고민한다. 어차피 다음 버스 타도 지각은 아니다. 그냥 평소보다 자리에 늦게 가는 것뿐이다. 그리고는 집으로 들어가 어제 먹다 남은 식은 밥을 조금 먹고 이를 닦는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서 이미 늦은걸 어떡 하나며 자신을 위로하며 마음을 느긋하게 가져본다. 샤워하고 나와보니 화장실 앞 매트에서 김댕댕이 자고 있다. 김 대표가 침대에서 나오니 자리를 옮겼다. 김 대표와 가까이 있고 싶은 게 틀림없다. 김 대표의 마음이 조금은 따뜻해진다.

생각해 보니 주말 내내 김댕댕이 산책을 시키지 못하였다. 김 대표는 결국 아예 연차를 쓰기로 한다. 메신저를 열어서 팀방을 찾는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금일 연차를 사용합니다.'라고 남긴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석 과장의 개인 메시지가 온다. 숨 막힌다. 그래도 대기업 대리니 참고 다니고 있다. 남들은 김 대표가 이렇게 숨 막히게 생활하는 걸 모른다. 그냥 김 대표가 다니는 회사의 간판을 보고 부러워한다고 생각한다. 김 대표는 이를 위안 삼으며 아랫배에 힘을 꽉 주고 석 과장이 어떤 내용을 보냈는지 확인해 본다.

'김 대표 대리, 주 차장님께서 어떤 사유로 연차를 쓰는지 물어보시네. 아 왜 맨날 이런 거 있으면 나한테 개인 메시지 보내서 대신 물어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스마트폰 화면에 김 대표가 석 과장의 메시지를 읽었다는 표시인 눈동자 마크로 변했다.

답변을 하려고 하는데 어떤 노블 결혼정보회사 진 상담사의 코코넛 메신저 메시지가 코코넛 하며 도착한다.

'김 대표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좋으신 분이 있어서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구ㅇㅇ님이시고요, 아래 정보 확인해 주세요.'

코코넛 메시지에는 아래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구ㅇㅇ

만 28살

키 167

늘씬하고 귀여운 스타일

인서울 대학교 무용과 졸업

서울 중구 중소기업 마케팅팀 재직 중

아버지 중견기업 임원 역임 후 개인사업 중

어머니 주부

그리고는 사진 몇 장이 함께 온다. 김 대표는 잠시 석 과장 메시지에 답장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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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자가에 스타트업 경영하는 김 대표 3화

3화 - 김칫국은 시원하고 맛있다 | 7 석 과장이 메시지를 한번 더 보낸다. "김 대표 대리?" 분명 주 차장이 재촉한 게 틀림없다. 석 과장이 연차임에도 김 대표를 찾았던 경우는 정말 일이 급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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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자가에 스타트업 경영하는 김 대표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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