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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J 글쓰기/판교 자가 김 대표 이야기

11화 Work Spouse - 판교 자가에 스타트업 경영하는 김 대표

by Cool Calm Joon 2023.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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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쓰는 직장인 쿨캄준입니다.

오늘은 쿨캄준의 웹소설 <판교 자가에 스타트업 경영하는 김 대표> 11화로 돌아왔습니다.

쿨캄준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있었던 실화를 재구성하여 소설로 작성합니다.

 

 


 

 

28

 

곽 부장은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들어와 살게 된 지 15년이 넘었다. 아내 또한 한국사람이지만 한국어 구사를 할 줄 모른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책이 크게 피규어처럼 진열되어 있지만 사실상 한국어 공부를 할 생각은 하나도 없다. 한국에서 돈을 벌고 한국인과 결혼을 했음에도 자신이 일본인이기에 우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애써 그러한 속내를 보이기 싫어하는 곽 부장이지만 김대표는 다 꿰뚫어 보고 있다. 역시 언어란 표정보다는 무슨 말을 실제로 하는지 들어보아야 하는 법이다.

 

주 차장은 곽 부장보다 회사에 먼저입사했고 반팔티에만 15년 넘게 재직한 고인물이다. 이 회사에서 아이 둘을 낳아 어린이집에 보내며 워킹맘으로 살아왔다. 주 차장도 곽 부장만큼이나 이력이 특이한 사람이다. 이태리에 평생 살다가 한국어에 매력을 느껴 한국어 전공으로 대학원을 국내에서 나왔다. 간혹 회식자리에서 석 과장은 주 차장에게 자랑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한국 대학원 시절에 대해 물어보곤 했었다. 그러면 주 차장은 바로 석 과장의 미끼에 걸려들어 자신이 대학원 시절 한국어로 논문을 작성할 때 얼마나 고생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김대표는 속으로 대학원도 나오고 남편도 한국사람인 주 차장이 이렇게나 한국어를 못할까 생각하고는 한다. 100페이지가 넘는다는 논문을 직접 쓴 게 맞는지 의심이 가기 시작할 정도로 말이다.

 

김대표 대리는 떠나간 석 과장이 그립다.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석 과장은 일부러 영어를 떠듬떠듬 구사하며 곽 부장과 주 차장의 짧은 영어를 배려했었다. 가끔은 일부러 석 과장은 그들의 수준에 맞추기 위해 영어 문법도 틀려가며 곽 부장과 주 차장과 소통했다. 곽 부장은 그나마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 영어가 가능했지만, 주 차장의 경우 영어도 한국어도 편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던 석 과장은 일을 되게 하기 위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곽 부장은 영어도 한국어도 서툰 주 차장에게 대부분의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맡겼다. 급기야 유관부서들은 석 과장에게 직접적으로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일해야 하냐고 공식적으로 불만제기를 했으며, 관계사는 간접적으로 새로운 담당자의 배정이 언제 이루어지는지 물어보았다. 곽 부장에게는 영어로 소통을 하기 꺼려지고, 주 차장은 한국어도 잘 못하고 매사 태도가 불량하고 부정적이고 입이 가벼워 사람들이 가까이하기 어려워했기에, 이러한 불만이 석 과장에게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석 과장도 환장할 노릇이었을 텐데 차분한 표정으로 항상 신사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썼다.

 

매주 주간회의 때마다 석 과장은 곽 부장에게 한국어로 온 이메일들을 읽어준다. 곽 부장은 한국어를 잘 모른다며 매주 회의 시간 때마다 이메일을 열고 함께 드려다 본다. 회의는 의사결정을 하는 곳이고 진행과정을 공유하며 서로의 의견을 말하는 시간으로 활용도면 좋지만, 석 과장은 곽 부장에게 한국어 과외를 해주며 이메일을 해석하고도 있었다. 거기다 주 차장은 매번 회의에 지각을 하며 시간을 지킨 사람들의 김을 다 빼놓는다. 주 차장의 15분 지각을 마냔 기다려 주는 곽 부장도 이상하다. 회의 시간에 주 차장의 업무에 대해 궁금한 부분이 있어서 질문을 하면 돌아오는 답은 어떤 내용인지 아무도 모른다. 급기야 주 차장은 자신이 모르면서도 아는척하기 위해 내용을 지어내기도 한다. 회의 참석자들은 헛소리와 언어해독 2개를 모두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렇게 주간회의 한 번 하면 2시간은 기본으로 흘러간다.

 

 

 


 

29

 

하루는 유관부서 사람들이 석 과장에게

 

메신저 및 전화로 그동안 쌓여왔던 짜증을 다 풀어놓는다. 석 과장은 유관부서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어 버렸다. 곽 부장은 주 차장이 한국어를 못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에게 모든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을 맡긴 결과이다. 석 과장은 곽 부장의 이메일 과외 선생님도 하고 회사의 돌아가는 상황의 분석과 지침도 알려주는 역할을 하다가 이제는 감정 샌드백도 되어 버렸다.

 

석 과장은 이러한 상황을 곽 부장에게 전달하고, 곽 부장은 팀 회의를 소집한다. 아젠다는 유관부서의 주 차장의 교체 요청인 건이었다. 곽 부장의 결론은 주 차장은 한국어 석사학위도 보유하고 있는 한국어 능통자라며 유관부서가 이상하다고 판단하고 현상유지를 결정한다. 이때 석 과장은 곽 부장에게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당신이 어떻게 주 차장이 한국어를 잘하는지 판단할 수 있냐고 물어보자 답변을 하지 못한다.

 

뻘쭘했던 곽 부장은 과거 자신이 H자동차에 근무할 당시의 사례들을 열거한다. 외국인이었지만 한국어를 잘했음에도 항상 한국어를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즉슨 과거 사례를 보았을 때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도 도움이 안 되었으니 자신은 배울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또다시 시간이 대략 20분이 흐른다. 주 차장이 한국어를 못하는 것을 곽 부장이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은 없었다.

 

급기야 답답했던 석 과장은 주 차장에게 이메일 창을 열라고 한 뒤, 곽 부장과 들어가야 할 내용을 모두 합의하고, 써야 할 내용을 주 차장에게 불러주기 시작한다. 논문 100페이지를 작성하고 한국어를 공부한 사람이지만 받아쓰기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다. 김대표는 조사를 여러 번 틀리는 주 차장을 보고 석 과장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곽 부장을 위한 한국어 이메일 해독 과외, 주 차장의 태도 불량과 언어적 역량 부족으로 발생되는 오해 해소, 그리고 곽 부장이 주 차장에게 계속 일을 맡기는 상황까지 그냥 묵묵히 다 받아주던 석 과장이 가장 먼저 희망퇴직으로 돈을 두둑이 챙기고 경쟁 글로벌 회사에 좋은 조건으로 이직한 게 이해가 된다. 김대표는 자신이었더라고 그렇게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대표는 생각을 더듬어 보니 석 과장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을 때 대리였고 결혼준비에 한창이었다. 김대표는 사랑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던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30

 

퇴사한 석 과장이 김대표에게 전화한다.

 

'김대표! 내가 반팔티 본부의 새로운 계열사 사업개발팀에서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막상 제안한 나는 구글로 와버렸어.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너무 빨리 퇴사해 버려서 전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석 과장님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고생이 너무 많으셨어요. 어떻게 그렇게 감내하며 묵묵하게 일을 다 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석 과장은 막 웃기 시작한다.

'김 대표 대리, 딱 봐도 곽 부장이랑 주 차장 둘이 work spouse자나!'

 

김대표 대리는 워크 스파우스가 무엇인지 갸우뚱하며 물어본다.

'과장님 그게 무슨 뜻인가요?'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그렇고 그런 관계는 티가 안 날 수가 없는 거 같아. 그리고 나는 회사는 그냥 월급을 벌기 위해 나가는 곳이라고 생각해. 너무 욕심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월급쟁이들만 힘들어지는 거 같더라고. 월급을 버는 수단으로 회사를 여기고 그 월급으로 회사 밖의 인생을 즐기는 게 좋은 거 같아. 참 김대표 우리 이제 그냥 형동생하자고, 그래서 말 놓는 거야.'

 

김대표는 곽 부장과 주 차장이 지난번에 회식 2차 노래방에서 서로 딱 붙어 있는 걸 보고 설마설마했지만 석 과장은 알면서도 이야기를 안 했던 것이었다.

'네네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는 오히려 좋습니다. 과장님은 회사 밖에서 어떤 즐거움을 찾으셨나요?'

 

'김대표 이제는 나도 퇴사를 했으니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내 즐거움은 회사 밖에서 돈을 버는 모든 것들이었어. 딱히 이야기는 안 했지만 반팔티에 재직하면서 출판한 책이 10권이 넘고, 꾸준히 키운 블로그의 일 방문자수는 이제 1만 명이 넘어. 반팔티에서 받은 돈으로 내 사업을 키우는데 시간을 쏟으면서 사니까 곽 부장 그리고 주 차장 저러고 있는 건 그냥 별게 아니게 되어 버리더라고. 회사 밖에서 꿈을 꾸는 원동력은 내 아내 때문이야. 나는 내 아내와 추후 생기게 될 아이에게 더 좋은 환경을 주고 싶은 생각뿐이 없었어.'

 

김대표 대리는 갑자기 궁금해졌다.

'과장님 그렇게 퇴근하고도 일을 해도 돈이 되나요? 오히려 곽 부장이랑 주 차장처럼 억지로라도 할 일 없어도 야근수당 가져가는 게 더 많이 벌지 않나요?'

 

'김대표 대리 믿기지 않겠지만 지금 내 부업으로 버는 금액은 내 월급을 초월한 지 꽤 되었어. 그래도 직장에 다니는 이유는 매일 내게 건강한 생활패턴을 주어서 나로 하여금 더 부지런한 삶을 영위하게 도와주기 때문이야.'

 

 


 

1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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